법정에서 무죄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893년 리지 보든이 받은 것은 무죄 평결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을 따라다닌 이야기는 그날 끝나지 않았다.

한집에서 발견된 두 사람
1892년 8월 4일, 매사추세츠 폴리버의 집에서 앤드루 보든과 아내 애비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잔혹한 사건이었다. 수사는 앤드루의 딸 리지에게 향했고, 가족의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사람들은 누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따졌다. 일상의 작은 행동들까지 의심의 재료가 됐다. 사건 전에는 대수롭지 않았을 순간도, 살인 뒤에는 다른 의미로 읽히기 시작한다.
수사는 리지가 사건 당일 집 안팎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언제 보았는지를 좁혀갔다. 하지만 단편적인 시간표는 그 자체로 살해 장면이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어떤 행동이 가능했는지와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증거가 있는지는 다른 질문이었다.
대중은 빠른 답을 원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진 듯한 사건일수록 집 안의 갈등과 성격에 관한 이야기가 강한 설명처럼 들린다. 그런데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말이 의심스럽다는 느낌만으로 중대한 범죄를 입증할 수는 없다. 재판은 그 간격을 다루어야 했다.
증거와 확신은 같은 속도로 가지 않는다
1893년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리지에게 무죄를 평결했다. 혐의가 제기됐다는 사실과 유죄가 입증됐다는 사실은 달랐다. 두 사람을 누가 죽였는지에 관해서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았다.
그런데 대중의 이야기는 재판과 별개로 달렸다. 리지가 도끼를 들었다는 동요와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퍼졌다. 짧고 운율이 좋은 문장은 복잡한 증언보다 오래 기억됐다.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조차 범행을 저지른 사람처럼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쌓였다.
법정의 결론은 새로운 범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리지에게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결과와 두 사람이 살해됐다는 사실이 동시에 남았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서 사람들은 빈자리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이미 가장 많이 들은 이름을 그 자리에 다시 놓으면 이야기는 손쉽게 완성된다.
동요는 그 복잡한 과정을 지워버렸다. 이름과 도끼와 숫자를 짧게 묶어 외우기 쉽게 만들었다. 재판 기록은 길지만 노래는 짧다. 누군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설명보다 유쾌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문장이 더 빨리 옮겨 다니면서, 법정 밖에서는 다른 결론이 굳어졌다.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리지는 이후에도 고향에서 살았다. 하지만 같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예전과 같은 눈길을 받았을까. 그녀가 속으로 어떤 말을 삼켰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죄 판결이 소문을 자동으로 지워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읽을 때 가장 쉬운 결말은 범인을 단정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모르는 부분을 남겨두는 것일지 모른다. 리지의 이름이 다시 입에 오를 때, 우리는 증거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래전에 누군가 붙여놓은 운율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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