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가서 보면 탱크는 속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보는 적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군 기만 부대는 적이 실제로 있는 병력보다 훨씬 큰 군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일을 했다. 그림과 소리, 가짜 무전이 그들의 전장에서 무기가 됐다.

고무와 소리로 만든 가짜 군대
그들의 임무는 간단하면서도 황당했다. 유럽 전선 곳곳에서 '존재하지 않는 군대'를 연기하는 것. 고무로 만든 셔먼 탱크를 바람으로 부풀려 전장에 배치하고, 캔버스에 그린 탱크 그림을 늘어놓았다. 여기에 확성기 트럭으로 미리 녹음해 둔 탱크 엔진 소리와 무전 교신음을 밤새도록 틀어댔다. 실제로는 1,100명뿐인 부대가, 적의 눈에는 그 마흔 배에 달하는 대군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가짜 탱크만 늘어놓는다고 군대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큰 부대라면 움직이는 소리와 무전 활동도 있어야 했다.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이 서로 맞아야 상대가 하나의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고스트 아미는 시각과 소리, 통신을 함께 꾸몄다.
연극과 닮았지만 관객의 반응은 박수로 돌아오지 않았다. 상대가 진짜 부대라고 믿고 공격하면 속이는 쪽도 위험해진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허상을 그저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적의 시선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는 자리에서 일했다.
라인강에서 벌어진 최대의 사기극
그중 가장 대담했던 작전은 1945년 3월 '비어젠 작전(Operation Viersen)'이었다. 라인강 한 지점에서 유령 군대의 대규모 도하 작전인 양 시끌벅적하게 연기를 펼친 것이다. 가짜 무전 교신, 요란한 탱크 소리, 허위 진지 구축까지. 적이 가짜 배치를 실제 전력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작전이었다. 실제 도하 지점과 병력 배치를 숨기는 것이 작전의 목적이었다. 이런 기만 작전은 실제 병력의 이동을 숨기고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기만의 목적은 가짜 군대 자체를 유명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적이 다른 곳을 신경 쓰는 동안 실제 병력의 이동을 감추는 것이었다. 가짜 배치의 성공은 진짜 작전이 할 일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주느냐와 연결됐다.
그 때문에 작전이 잘 끝나면 겉으로는 대단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짜 탱크는 전투에서 적을 격파하지 않았고 스피커는 포탄을 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병력을 어디에 놓고 무엇을 기다릴지에 영향을 주었다. 이들의 무기는 상대가 머릿속에 그리는 지도였다.
50년간 봉인된 침묵
작전의 세부는 오랫동안 기밀로 남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스트 아미(Ghost Army)'는 기밀 해제가 되지 않았다. 참전한 병사들의 구체적인 활동이 널리 알려진 것은 전쟁이 끝난 지 오래 지난 뒤였다.
들키지 않은 속임수는 기록 속에서 조용해 보인다. 그러나 적 가까이에서 빈 탱크에 바람을 넣는 사람에게도 그랬을까. 겉모습이 진짜처럼 보이기를 바라며 진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이 부대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전쟁 사진 속 보이지 않는 일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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